어릴때 가끔 모 신문에서 연재중이던 남산의 부장들이라는 연재물을 본 기억은 있습니다. (그러구보니 신군부 연재물도 있었던데…)
이를 원작으로 하여 올 초 흥행 1위하다가 코로나 사태로 흥행이 반토막 나버렸던 남산의 부장들 블루레이입니다. 4K UHD로 나와주면 좋겠지만…뭐…
이병헌, 이성민, 이희순, 곽도원, 김소진 등 등장 배우들의 개성있고 인상적인 영화로,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이기에 집중력이 떨어지거나 느슨해 질 수 있는 위험을 막아줍니다.
커멘터리를 보면 아무래도 자화자찬이나 서로 칭찬해주기가 될 수 밖에 없겠지만 수긍하고 납득할 수 있는 연기들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병헌 배우는 곽도원 배우와 처음 호흡을 맞춰보면서 매 컷마다 곽도원의 연기가 달라서 어떻게 맞춰야 할 지 당황했다고 하더군요.
또한 배역을 맡는 것 자체로도 화제가 되는 “박통” 역의 이성민 배우도 분장이 아니라, 싱제 저랬을 것 같다는 느낌을 주는 연기도 돋보였구요. 영화에서 박부장(곽도원)에게, 곽실장(이희순)에게 그리고 김부장(이병헌)에게 각각 했던 “임자 하고싶은 대로 해, 임자 옆엔 내가 있잖아?”의 대사와 이후 전개로 전해지는 비열함과 떠넘기기…가 무척 인상적이죠.
아이 캔 스피크에서 처음 봤고, 더 킹에서도 인상깊었던 김소진 배우도 단순 홍일점 캐스팅이 아니라 인상깊은 열연은 보여줍니다.(커멘터리에서 본인은 섹시하지 않다고 하는데, 인상적인 연기로 섹시함을 표현한게 아닐런지…)
곽실장(차지철)의 밉상스러운 모습과 ‘싸가지’없는 막말, 망동을 보며 김부장이 어금니 깨물게 하는 상황에 동조하게 되는 이희순 배우의 연기도 맛깔스럽습니다.
전두혁 배역의 서현우 배우는 배역을 위해 머릴 이마에서 정수리까지 밀었다고 하는군요.
영화적 설정으로 김부장이 5.16쿠테타에 가담한 것으로 나오는데, 실제 모델이 된 김재규 장군이 5.16에 가담했다는 얘길 들은 적이 없어서 좀 갸우뚱 했습니다. 하긴 영화 시작에도 원작등을 참고로 했지 실제 사실대로 한 건 아니라고 나오죠.
요근래 영화들은 2.35:1이 많은데 남산의 부장들 화면비는 1.85:1이네요. 커멘터리에서 감독이 인물에 집중하고자 의도한거라는군요.
예전 상영금지 가처분 신청 소동까지 갔던 그때 그사람들과 비교가 됩니다. 남산의 부장들이 10.26 이전부터 10.26 까지를 다루며 코믹하기 보단 박통-김부장-곽실장의 갈등과 심리적인 묘사로 끌고 갔다면 그때 그사람들은 10.26 당일을 백윤식 배우와 한석규 배우를 중심으로 블랙코미디 형식으로 풀어갔었죠. 두 영화 모두 각각의 맛이 있고 의미가 있다고 생각됩니다.
경품같은거 거의 안되는 인생인데 뜬금없이 이벤트 당첨이라고 남산의 부장들 친필 사인 콘티북을 받았습니다.
영화도 인상적으로 보았는데 이런 영화 외적인 행운까지 따르니 기억에 더 남을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