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조가 든 토쿄 올림픽을 예언한….
버블경제의 정점에서 만들어진 아날로그 식 셀 원화 애니메이션의 상징, 아키라 UHD 블루레이입니다.
아키라하면 당시 잠깐 보던 AnimeV나 Animedia에서 광고하던 것과 회현지하상가, 그리고 폭풍소년이 떠오를 수 밖에 없네요. 전후사정을 모르니 일본애니는 불법으로 하면서 왜 폭풍소년(아키라의 국내 불법 개봉명)은 극장에서 개봉하게 하냐고 분개하던 오팔전자 누나가 떠오릅니다. 😅
회현지하상가에서 당시에는 저작권이란 인식조차 없어서 5천원 주고 LD소스를 비디오테이프에 떠서 자막도 없는 애니를 돌려 보던 시절이 있었죠. 형, 현대, 오팔 등이 생각나네요. 오팔전자에서 눈도장 좀 찍던 시절도 있었는데…-.- 당시 일본 문화 개방도 안되어 있던 시절이라 일본 노래나 애니, 영화 등등이 암암리에 돌던 시절이었죠. 문화 개방을 하면 일본 문화에 종속된다고 우려하던게 엊그제 같은데 오히려 지금은 K로 시작되는 우리나라 영화, 음악 등 문화가 전세계에서 통용된다는 데어서 감개무량한 느낌마저 듭니다.
어쨌든 LD소스에서 떴던 비디오테이프에서조차 느낄 수 있었던 그당시 우리가 알던 만화영화 수준을 뛰어 넘는 품질의 애니메이션들이 있었는데, 그 중에서도 화면빨로는 아키라가 제일 인상적이었죠. 그냥 허옇게 칠한 입김이 아니라 진짜 입김처럼 뿌옇게 나왔다가 살며시 사라지는 입김 연출에 감탄하던 기억이 있습니다. (사실 일어도 모르고 내용도 모르니 폭주족 애들이 쌈질하다가 목소리는 분명 아이인데 모습은 이상한 애늙은이들이 나와서 뭐라 지껄이고 나중엔 부풀어 오르는 곱창전골로 밖엔 이해를 못했던 터이라…) 내용은 모르겠는데 화면 연출이나 화면빨이 참 좋은 애니로만 치부되었었습니다.
나중에 DVD, Blu-ray 등으로 아키라를 접하게 되고, 원작 만화마저 국내 발매되기도 해서 ‘아 이런 얘기였구나…’하고 알게된 건 더 뒤의 일이었죠.
어쨌거나 일본 버블 경제의 정점이시던 시절, CG를 생각할 수도 없고 일일이 손으로 그려내어 만들어진 아키라 4K UHD가 제 손에 들어왔네요.
유광 스틸북에 새겨진 붉은 바탕에 익숙한 일러스트들이 왠지 인상적으로 보입니다.
인터넷 밈 중에 젤다의 전설의 링크만큼 카네다를 아키라로 오인한다고 하던데 표지는 죄다 카네다네요.
부가영상은 2019년 4K 리마스터링과 관련한 사운드 메이킹영상(약40분), 사운드 클립 등이 수록되어 있습니다. 자랑할만 한 사안이긴 하겠지만 솔직히 자화자찬이라는 느낌 뿐이고 그닥 감흥은 없네요.
80년대 셀 애니메이션의 리마스터링을 보면(극영화도 마찬가지이긴 합니다만) FHD 블루레이만 봐도 촛점이 어긋나거나 컷 사이 사이가 어색한게 두드러지게 보이는 경우가 많은데 UHD에서는 어떨런지…
버블의 정점에서 인력을 갈아대어 그려서 그런지 이따금 줌으로 확대하여 촬영한 부분들이 선명하지 않은 부분 빼곤 원화를 보는 느낌같네요. 배경과 움직이는 영상이 칼같이 맞지 않아 들떠보이는 부분도 좀 있긴 합니다만 그걸 다 맞출려면….
오랫만에 봐도 참 사람 갈아넣어그렸겠다 싶은 작화의 대단함과 중후반부의 조금 지루함은 볼때마다 느껴지네요. 우리도 이런 작품은 많이 남았으면 좋으련만….